Proposition 2505..2510
어…
마지막 프로포지션이 올라간지 거의 반 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다양한 글을 써보고 엎어보고 고쳐봤는데, 예전같은 프로포지션을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따라서 프로포지션에 다음과 같은 업데이트를 적용합니다.
- 프로포지션을 더 가볍게 씁시다. 이 글보다 긴 글도, 이 글보다 짧은 글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만, 아마 평균 글의 길이는 짧아지고 그 수는 늘어날 것 같습니다.
- 이에 따라, 프로모지션을 인덱싱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두 달을 주기로, 혹은 글이 적당히 쌓이면, 글을 모은 기간을 명시하여 올립니다.
- 일시적으로 비-PS 얘기를 모두 Proposition으로 통일합니다. (이 조치는, 프로포지션이라도 없으면 비PS 얘기를 블로그에 하나도 안 쓸 것 같아서 시행하는 조치입니다.)
- 이것이 Proposition의 내용을 비-PS로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PS 이야기가 하나의 글으로 올라갈 수 없으면서 같이 올라갈 만한 적절한 Batch(NSP나 많은 양의 셋 기록 등)가 없다면 역시 Proposition으로 올라갑니다.
그럼 시작해봅시다.
현생을 사는 얘기
포병캠프에 갔습니다.
포병캠프란 IBS DIMAG Summer School on Combinatorics and Algorithms를 뜻합니다. 어원에 대해서는 스킵합시다.
UCPC 본선 글에도 올라왔듯, 조합론 알고리즘 여름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포항에서 열렸습니다. 작년 강의에 비해 체감상 훨씬 어렵고 최신의 내용을 다뤘습니다. 역시 두 교수님이 강의를 진행하셨으며, 한 강의는 그래프의 Induced subgraph/minor에 대해, 다른 강의는 그래프의 sparsity에 대해 다뤘습니다.
작년에는 HW-Recitation 세션을 통해 강의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고, 그래서 저녁에 설곽 민속놀이 어몽어스 입문팟 같은 게 막 생겼었는데, 올해는 저녁 시간 전체를 할애해서 복습을 해야 강의의 절반 정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수요일까지는 매일 저녁에 N명 정도가 모여서 열심히 강의 내용을 따라가고자 노력했고, 목요일에는 포기하고 TOPC 셋을 돌았던 것 같습니다.
대충 들어보니 작년 강의는 카이스트의 그래프이론개론, 올해는 고급그래프이론 강의에 해당하는 내용과 유사한 것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카이스트만 맜있는 거 먹는 게 꼴받네요.
외에, ibm2006, kou, rikka, kaling, cocoa_chan이 월요일 저녁에 포항 벌레와 맞서 싸우다가 패배해서 조기 귀가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니터를 샀습니다.
원래 노트북에 24인치 모니터 하나, 23인치 모니터 하나를 꼽아서 썼는데요, 모니터 하나하나가 10년이 넘어가기도 했고 슬슬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서 모니터를 새로 구매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모니터는 큰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32인치 모니터 하나와 24인치 모니터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세로로 디스코드를 켜고 중앙에 인터넷과 IDE를 열어두고 노트북에 스코어보드를 띄운 채로 코드포스를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시 PS는 장비빨입니다.
SCPC R2를 조졌습니다.
죄송합니다, PS는 장비빨이 아닙니다.
만악의 근원은 제가 제출 횟수에 패널티와 제한이 있는 서브태스크 대회에 너무 익숙치 않다는 점입니다. 이 점 때문에 저는 SCPC가 다소 괴상한 형식의 대회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CP 대회에서는 제출 횟수를 적게 주고 ‘횟수 제한 안에서 니가 어떤 섭테를 긁을 수 있을 지 알아서 찾아라’ 같은 능력을 안 보는 것 같은데, 삼성은 그러한 인재를 원하는 걸 보면 기업에서 PS를 시키는 이유가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충 3번 문제에 10번 모두 제출하며 의도한 서브태스크를 다 못 긁는 사태가 일어났고 그래서 본선에 못 갔습니다. 대략 50점 이내로 더 긁으면 본선을 갈 수 있었다는 것 같은데, 4번과 5번은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기에 더 아쉽습니다.
시간이 없었던 이유는, 하나는 12시간 중 7시간 정도만 쓸 수 있었다는 점이고, 하나는 그중 절반 정도의 시간을 2번에 박아버렸다는 점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디라클에 갔습니다.
SCPC에 12시간 중 7시간만 쓸 수 있었던 이유에 해당합니다. 나랏돈 10만원에 해당하는 청년문화예술패스를 사용해야 했고, 그래서 선택한 ‘문화예술-활동’이 디라클입니다. 와중에 2일차의 티켓팅에는 실패했으며 뷰잉단이 되었습니다. 하튼 그래서 겨울에 화팔 디제잉에 놀러간 이후로 오랜만에 공연 비스무리한 것에 다녀왔습니다.
가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화팔 때는 아는 곡도 얼마 없었지만 (저는 타노시 곡을 잘 모릅니다) 신나게 놀고 왔던 기억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그때에 비해 아는 곡이 많아 절반 이상의 곡을 따라부?를?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에 공연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요즘도 자주 듣고 다닙니다.
이후로 64514 앨범을 구매해서 잘 듣고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나 디라클에서 들은 기억이 있는 노래들을 더 자주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검을 받았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남성이며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국가의 부름을 받기까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 일환으로 의정부에 가서 신검을 받았습니다. 저는 2급이라고 합니다.
굳이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자면, 나라사랑카드의 발급 속도가 뭔가 이상할 정도로 빨랐습니다. 물론 토스가 나온 이후로 금융앱들이 다 많이 간소화되었지만(물론 저는 그 이전의 금융앱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나라사랑카드는 물리적인 카드고 제 이름이 들어간 카드가 5분만에 찍혀 나온다는 것은 무언가 무섭습니다.
또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자면, 고양-파주-경의선 생활권과 의정부-양주-경원선 생활권 모두 경기북부인데 둘 사이를 오가기 위해 서울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별로 안 좋았습니다. 차로 40분 걸리는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2시간 넘게 가야 하므로, 송도보다도 교통이 안 좋습니다. 만약 경곽을 떨어지고 북과고에 갔다면 정말 힘들게 살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대는 언제 갈 거냐고요? 저도 모릅니다. 일단 내년에 카투사와 공군에 지원할 생각이고, 둘 모두에 실패한다고 해도 3학년 1학기나 늦으면 3학년 2학기에는 입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는 반례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2027 월파에 나가게 되는 경우이며, 내년에 어떤 드림팀이 만들어져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 같으므로 일단 무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코더다 반년대회 2025의 세미-운영진이 되었습니다.
반년대회는 제인스트리트의 스폰서를 받아 열리는 대회이고, 작년에 스폰서 컨택을 저와 Equinox_가 맡았가도 하고, 작년 온사이트 운영도 저를 중심으로 돌아갔으므로, 올해 운영도 제가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연초부터 스폰서 컨택과 검수에 도움을 주고 8월 말에 열린 본대회에 방문해서 오픈 운영도 도와주고 왔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제가 없어도 대회가 대충 돌아가긴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었으니, 송년대회 때는 가서 놀기만 하다 와야겠습니다.
조교가 되었습니다.
경곽 친구들로부터 과외를 하거나 경곽 내신 학원 수업에서 조교를 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는 1학기까지 돈을 따로 벌지 않았는데, 슬슬 수입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찰나에 교내 조교 근로장학생 모집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송도에서 파이썬 프로그래밍에 입문하는 교양과목의 조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고, 특이사항으로는 페이가 강력했습니다. (송도에 있는 인원의 대부분은 1학년이기 때문에, 조교는 일반적으로 신촌에서 송도를 왔다갔다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실질적으로 버리는 시간이 강의 시간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이에 따라서 송도 수업의 조교는 원래 신촌 조교에 비해 페이가 셉니다.)
그런데 이쪽은 학부생만 지원할 수 있었으며 1학년도 지원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신청을 했더니 조교가 되었습니다. 업무로 과제 문제 검수(과제 문제는 PS 문제와 형식이 유사합니다)라던가 실습 시간 질문 받아주기 같은 것을 하고 있는데, 나름 재미있습니다.
페이를 대충 시간당으로 계산해보면, 학원 조교를 하는 친구들이나 코딩 입문 과외를 하는 친구들보다는 더 받고, PS 과외를 하는 친구들보다는 적거나 비슷하게 받고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보다는 하는 일이 적다고 느껴서, 아주 좋은 쌀먹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26학번으로 연세대에 올 경곽인 혹은 PS러가 있다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수강신청을 망했습니다.
조교 신청을 수강신청보다 앞서서 했고 (연세대는 1학년만 송도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다른 학년보다 수강신청이 늦습니다. 조교 신청은 일반적으로 적어도 2..학년이 하는 것이 intended solution이므로 수강신청보다 조교 신청을 먼저 한 저는 특이한 케이스일 것 같습니다.) 이를 고려해서 초과학점으로 22학점 풀학점을 듣는 방법을 만들어 놓았고, 그중 9학점만을 잡아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열심히 수업을 주워서 15학점 시간표를 만들었고, 수강변경을 통해 어떻게든 22학점의 시간표를 복구해내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요일 공강과 수요일 낮에 에 ICPC를 돌 수 있는 시간을 모두 잃었으며, 오전 9시 수업을 하나 듣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월요일 오전이 비어 있어 주 4.5일제를 유지하고 있고, 수요일 낮에는 빨래를 돌리면서 코드포스 버추얼을 할 수 있습니다.
교훈이 있다면, 수강신청을 할 때는 PC방에 가자는 것입니다. 어짜피 내년부터는 연세토토를 돌리게 되므로 별 상관 없으려나요?
일러스타 페스에 갔습니다.
작년 2월?에 방문해서 STL 부스에서 태그를 외운 지 1년 반 만에 일페에 갔습니다. 사실 서브컬쳐 행사들이 다 킨텍스에서 열리고 그래서 많은 PS러들이 밥 먹듯이 오는 곳이 킨텍스이며 저는 킨텍스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더 자주 갈 수도 있었는데, 귀찮아서 안 다니다가 이번에 경곽 정모와 솔브드 부스 구경을 겸해서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일페 방문자-스러운 목표도 가지고 다녀왔는데, 당연히 동음 앨범 쌀먹입니다. 온라인 발매 이후로 잘 먹고 있던 Fireworks와 그냥 노래가 좋은 Hilton 시리즈 후속의 Sombra 등을 구매했습니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앨범 너무 비쌉니다.
와중에, 내년 2월? 일페에는 STL 부스가 부활하는 동시에 동음 관련 부스를 집중적으로 뭐시기뭐시기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번에 갔던 인원집합과 비슷한 집합으로 또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올해 안 갔어도 됐겠네요.)
아챔에 갑시다.
서울 예선을 17위로 마무리하며 부산에 갑니다. 교내 3위(및 1학년 팀 중 1위)로 교내에서 상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서울대보다 연세대가 좋은 학교인 이유입니다.
아무 얘기
로컬 텍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작년 런대회 출전 때부터 jhnah님 팀노트 포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포맷은 분량이 많이 들어가서 컴파일이 오래 걸리며, 얼마 전 오버리프의 컴파일 시간 반갈죽으로 인해 컴파일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TeXStudio 환경을 설치했습니다.
pdfLatex 버전이 2024에서 2025로 넘어오면서 생긴 호환성 이슈 몇 가지를 수정해주니 로컬에서도 컴파일이 잘 되었습니다. 혹시 오버리프에서는 됐는데 로컬에서는 안 되는 이슈를 가진 분이 계신다면, GPT에게 ‘이거 pdfLatex 2025에서 컴파일 되게 수정하려면 뭐 바꿔야 되니’ 하고 물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아, 지금 팀노트는 최초 컴파일에 실제로 2분 가까이 걸립니다.
CLion을 버립시다.
22년도 6월 정도에 코드블럭을 버리고 3년 넘게 주력으로 사용했던 CLion(을 비롯한 젯브레인 IDE)에서 VSCode로 넘어가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ICPC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디터가 VSCode라고 합니다. 그 외의 사유는 딱히 없습니다. CLion을 쓸 때는 테마라던가 Rainbow Brackets라던가 다양한 플러그인을 쓰고 있었는데, 대회 환경과 최대한 같게 하기 위해 VSCode는 딱히 다른 설정을 추가하지 않고 bits/stdc++.h 프리컴파일만 해둔 채로 거의 바닐라 설정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다 버리고 Sublime Text에 빌드 옵션을 붙여서 쓰는 것이 가장 가벼운 세팅인 것 같지만, 이쪽은 세팅할 것도 많고 디버거 붙이기도 짱어렵고 intellisense같은 자동완성도 잘 안 붙고 그렇다고 lsp-clangd같은 자동완성 붙이는 것도 더럽게 어려워서 이걸 ICPC에서 하고 앉아있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버리고 나니 이런 글이 올라왔는데, VSCode를 계속 쓸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요. 좋습니다.
저는 1년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대학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이런 얘기가 왜 나왔냐고요?
작년 이맘때쯤에 저는 아마도 인생 최저점을 찍습니다. 대충 많이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 3학년이 거의 안 남아있던 서울대 면접 전날 밤과 카이스트 면접 전날 밤에 자습실에 혼자 있었는데 매우 불행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양일 모두 자습시간 내내 송년대회 세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연세대에 합격하긴 했는데, 그때도 별로 안 기뻤던 것 같습니다. (대충 추합 발표 1분 전에 같은 자습실에서 송년대회 지문 검수를 하고 있었던 기억이 있고, 대충 발표 2분 후에도 송년대회 지문 검수를 하고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또라이새끼신기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당시 주변 친구들이 저 보기 무서웠을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네요…)
그랬던 것과 비교했을 때 저는 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40기 친구들 몇몇과 디스코드에서 이 얘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수를 조금이라도 고려해봤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반수를 한 번도 고려해보지 않았는데, (위 친구들은 경곽 시절 학점을 잘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얘기를 했더니 제가 대입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연세대에 와서 나빠진 것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근거라면,
- 서울대나 카이스트에서는 월파를 못 갔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연세대에서는 비교적 월파를 갈 만합니다. 졸업하기 전에 월파에 한 번쯤 가볼 수 있을 확률이 0보다 유의미하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 학점이 괜찮게 나옵니다. (1학기 기준, 대충 성적으로 상장이 나오기는 하는 정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공부량으로 (특히 ICPC에 시간 투자를 매우 많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에서 지금 정도의 학점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생각보다 시간이 많습니다. 포스텍에 간 두 친구는 지금 저가 PS에 투자하는 것만큼 시간 투자를 절대 못 한다고 말합니다.
- 그렇다고 저보다 PS를 잘 하거나 오래 한 사람이 없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당장 Endgame이 월파를 향하고 있으며 팀연습을 돌 때라던가 이쪽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ICPC 팀원이 안 좋은가, 뭐 경곽 때 호흡을 맞춰본 팀원이 없으므로 아예 틀린 말은 아닌데요, 저랑 비슷한 정도의 실력자도 많이 있고 저보다 위에 있는 실력자도 많이 있어서 팀을 만들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 연구하기 안 좋은 환경인가, 이건 아직 잘 모르는데요, 지금까지 아는 내용은, IOI/WF 출전 경험이 있으며 알고리즘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 ICPC에 출제를 하시는 교수님, IBS 여학에서 들었던 것과 유사한 것을 연구하시는 교수님이 모두 존재하시고 서로 다른 인물이며, IBS 뉴스레터로 날아오는 내용의 상당수가 연세대에서 열리는 세미나입니다. 물론 대학원은 유학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한데, 아무튼 그러합니다. 뭐 물론 1학년 전원이 송도에 갇히는 연세대보다는 카이스트같은 곳이 연구하기에는 훨씬 환경이 좋겠지만요…
만약 이 글을 보게 되는,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하며 그것이 의대 진학이 아닌 41기나 그 아래의 경곽 후배가 있다면, 대입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솔직히 얘기하면 경곽에서 연세대에 가게 된다면 처음에는 기수에서 절반에도 못 들은 하위권이 되었다는 어떠한 열등감 비슷한 것이 생길 수 있는데요, 고작 그런 것때문에 1년을 포기하고 재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R5를 달았습니다.
D5에서 D4까지 5개월, D3까지 7개월, D2까지 11개월, D1까지 8개월, R5까지 5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앞으로도 정진합시다.
레이팅은 목적지가 맞습니다.
…는 어그로인데, 레이팅이 목적지가 아니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레이팅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몇 가지 clarification을 하고 갑시다:
- 이 글에서는 PS와 CP를 PS로 통일합니다.
-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 중 하나였고, 그래서 레퍼런스로 읽은 다른 글이 많이 붙어있습니다.
저는 PS가 계속 재미있으면 좋겠는데,
- PS를 매우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PS를 수능 공부하듯이 ‘고통스럽게’ 하거나,
- 자기 레이팅이 올라가는 게 재밌어서 - 특히 남들보다 빨리 올라가는 게 재밌어서 PS를 하거나,
- 반대로 그런 사람을 보고 자기 재능에 한계를 느껴 PS 접음 혹은 그와 유사한 무언가를 선언하거나, 하는 것이 많이 보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꽤나 많이 봤습니다. 관찰한 것은,
- 이런 현상이 모든 레이팅에서 일어나지만, 체감상 특히 레이팅이 높은 사람(맥레 2000..3000)들에게서 좀 더 자주 나타납니다.
-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일단 실력이 올라갈수록 PS에 노력을 많이 붓는 재능충 - aka real 좃고수 - 들이 이 범위에 더 많습니다.
- 그리고 실력이 올라갈수록 PS를 공부해야 하는 재미 외의 이유 - 이를테면 월파 성적 - 가 생기기도 하네요.
- (혹은, 그냥 그 정도 되면 PS가 더 의상 의미없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래에서 더 얘기합시다.)
아, 그런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AtCoder 사장님이신 chokudai님이 쓰신 [탑코더 알고리즘 트레이닝] 책의 도입부(23p)에 보면,
… 하지만 이런 단순한 연습에 몇 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보면 어떨까요?
Hello World를 출력했지만, 다른 사람보다 3분 느리게 작성했습니다! 이렇게 게임적인 요소를 넣어주면 재미있겠죠? 물론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이란 자신의 실력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프로그래밍 대회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레이팅과 경쟁이라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가 PS를 재미있게 한다는 점과 그를 통해 실력을 올려준다는 점은 매우 사실이며, 경쟁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PS를 계속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당연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남을 이기기 위해 코포나 정올이나 ICPC를 치는 것’도 생각해보면 존나 당연합니다!
코드포스나 앳코더의 레이팅 시스템은, 당연히도 참가자의 실력을 완벽하게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앵간한 레드를 쌈싸먹을 수 있는 실력인데도 퍼플이나 오렌지에 머무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코드포스에만 과적합되어서 레이팅이 2400을 넘어가는 데도 그에 맞먹는 실전 대회 실적이 안 나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대회 레이팅은 그날그날의 퍼포먼스를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기는 합니다.
이를테면, 저는 올해 1월부터 15주 동안 레이팅이 160점 정도 단조감소했습니다. 그 정도면 저는 그 기간동안 실력이 말 그대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 직전,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레이팅이 300점 정도 단조증가했습니다. 이 정도면 이 기간의 퍼포먼스가 1월 이후에 비해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PS에 시간을 쏟는 건 1..4월 기간에 훨씬 더했는데, 부은 시간에 반비례하는 결과가 나온 셈이네요.
아무튼 그래서 저도 레이팅이 목적지인 사람 중 하나일 것 같다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 제한 없이 OI 문제를 섭테 하나씩 까먹으면서 푸는 것도 재미있고, 더 나아가서 PS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런 거를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런 거랑 다른 느낌으로 코포 치면서 레이팅 올리는 것도 재밌습니다. 저도 문제가 얼마나 흥미로운가와 상관 없이 생각해본 적 있는 나만 아는 웰논 문제 나와서 레이팅 쌀먹하면 이렇게 기분 째지고 저만 모르는 웰논 문제 나와서 저점 떨어지면 좃같습니다. 레이팅은 목적지가 맞나 봅니다.
어쨌든 ‘원래 나보다 문제를 잘 풀었던 사람보다 문제를 더 잘 풀게 된다는 것’은 실력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레이팅이므로(라고 생각합니다), 레이팅이 목적지인 것은 자연스러우며 레이팅이 목적지여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PS를 오래 공부하고 싶다는 관점에서 별로 지속 가능하거나 건강한 마음가짐은 아니긴 합니다. 이유의 예시로, 레이팅은 운빨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습니다.
PS를 오래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지속 가능한 마음가짐의 예시 중 하나로, 레이팅은 무의미한 지표이고 PS는 지적 유희 (일종의 스포츠) 외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의견 내지는 생각이 있습니다. 즉 PS는 체스나 바둑, 스타크래프트와 같다는 생각이 여기 속하겠습니다. 이런 의견을 논하는 이유는 그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즉 PS가 실무 역량이나 코테나 학문적으로 유의미하거나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존재하며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꽤나 오랜 기간 참이었고, 아직 상당 부분에서 참이라 생각합니다. 근거로 다양한 기업이 아직 PS 대회에 스폰서를 해주고 있고 요즘도 arxiv에 PS-적으로 흥미로운 논문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저도 제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지적 유희보다는 이 세상에 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고요. 다양한 블로그 글에서 언급한 것 같은데, 저는 좋아하는 것과 업이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삶을 추구합니다. 매우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나름 확고한 가치관인데, 그래서 제가 열정을 가진 무언가가 유튜브 시청 같은 것보다는 생산적이거나 유의미하면 좋겠습니다. (Proposition 29의 후속 글을 쓸 열정이 사라졌는데, 그 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요약하자면 위와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PS가 유의미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유의미함은, 직접적으로 유의미함을 뜻합니다. PS가 그 자체적으로 무의미하다 해도, PS는 문해력과 문제 해결 역량과 프로그래밍 구현 능력과 수학이나 알고리즘적 사전 지식 등 다양한 능력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PS 공부를 하는 것은 어떻게든 유의미함이 자명합니다(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글쎄요, 저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PS가 유의미하면 좋겠습니다. 지속 불가능한 가치관에서 비롯된 과한 욕심이려나요?
‘유의미하다’고 믿지 않고 ‘유의미하면 좋겠다’고 하는 이유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대기업 코테에 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PS 실력보다 더 높은 PS 실력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 즉 다이아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알고리즘적 지식이나 사고 능력을 요구하는 기업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나마 퀀트 트레이딩 회사들에서 아직 코드포스 고레이팅 유저들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UCPC 세미나 이후로 아주 비슷한 것을 요구하는 연구 분야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감사합니다 UCPC,) 그런 분야가 미래가 밝은 지는 둘째치고 적어도 그런 분야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주변에 이러한 생각 내지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 특히 국가대표급의 실력을 가진 이들 중에서 - 많았습니다. PS러 중 연구자가 될 생각이 없는 이들의 대부분과 심지어는 CS 연구를 하고 싶은 이들 중 상당수가 PS는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것에 대해 물어보았으며 이를 통해 ‘적어도 지금의 내 역량으로는 PS-ish한 이론적인 분야의 무언가로 쌀 사 먹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잠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았었습니다. (UCPC 세미나를 통해 이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UCPC)
그런 생각을 했을 때와 지금의 차이로는, 그때와 달리 지금은 ChatGPT가 저보다 PS/CP 역량이 좋은 것 같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PS 역량이 말 그대로 0이어도 누구나 ChatGPT만 있으면 문제 복붙만으로 1600 이상의 레이팅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인도 같은 곳에는 블루-퍼플 정도의 코포 레이팅이 취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이라면, PS 역량이 0인 아주 많은 사람들이 치팅을 통해 높은 레이팅을 받고자 할 유인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최근에 100명 조금 넘는 치터가 2400~2600급 퍼포먼스를 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1200~1600 정도 레이팅 이하로는 의미가 없는 시대가 이미 와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가면 AI가 CP를 비롯한 과학 올림피아드급의 모든 분야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사회 전반에서의 실무나 이론 연구 분야에서까지 인간을 추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PS는 유의미하긴 할까요?
저는 일단 PS를 계속 하고 싶고 지금 당장은 TCS 연구를 해서 먹고살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으므로 PS를 계속할 것 같습니다. 제 레이팅이 2400, 2600, 2800이 된다고 제가 지금보다 비약적으로 PS를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레이팅이 2400, 2600, 2800인 사람들은 거의 다 저보다 PS를 잘하며 그런 사람들의 PS 실력을 본받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팅이 목적지라고 생각하고 살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러나 이 건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생각해봐야, 그리고 여러 번 열심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PS(-ish한 무언가; 그것이 연구가 되든 퀀트가 되든 개발이 되든 AI가 되든)를 업으로 삼을 수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레이팅이 목적지인지 아닌지 논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뭔가 글이 길어졌네요, 어떻게 끝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써놓고 보니까 참 미성숙하기도 하고 이상한 글이네요. 레이팅이 목적지인지 잘 모르겠으며 레이팅이 목적지인 것이 좋은지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PS 무용론, AI가 저보다 PS를 잘하는 상황, 그리고 주변의 많은 이들이 PS를 접을지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쓴 글입니다.
저보다 PS에 열정적이신 분들, 저보다 PS를 월등히 잘하시는 분들, 저보다 PS를 더 오래 하신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려나요.
동음은 좋은 문화입니다.
안녕원 플레이리스트 계열의 글이 안 올라간지 좀 많이 오래된 것 같아서, 그동안 새로 나왔거나 개인적으로 발굴했거나 많이 들은 곡들을 둘러보면 이러합니다:
- Espitz - Sombra: 25년 4월 말에 나온 앨범이며, 얼마 전에 샀습니다. 최애 곡 같은 것이 있지는 않다만 전반적으로 맛있습니다.
- Sakuzyo - Forest Funk EP: 25년 4월 말에 나온 앨범이며, 나오고 얼마 안 가서 샀습니다. 모든 곡이 아주 좋다고 생각했고 특히 Sirene과 Lava Step이 마음에 듭니다.
- DJMAX Ent. - 64514: 25년 6..7월 정도에 나온 앨범이며, 디제잉을 듣고 나서 샀습니다. 곡이 많고 신납니다.
- Diverse System - Fireworks: 25년 4월 말에 나온 앨범이며, 얼마 전에 샀습니다. 그 전부터 많이 들었기도 했고, 의도에 맞는 좋은 곡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TAK x Zekk - MIRINAE: 좀 된 곡이긴 한데, 디제잉을 들은 이후로 많이 듣고 있고 갑자기 마음에 듭니다. 아티스트가 둘 다 터져나오는 분들이라 안 좋은 게 더 이상하긴 합니다.
- tigerlily - good day: works.15 곡이라 얼마 안된 곡입니다. 별거 없는 곡인데 되게 중독성 있습니다. 적당히 신나고 적당히 잔잔합니다.
- AAAA - 僕たちの旅とエピローグ。 (Long ver.): G2R14 곡이니까 11년 됐습니다. 뭔가뭔가 감동적인 곡입니다.
- Diverse System - RUNABOUT: 대충 드라이브하는 것이 컨셉이라는 앨범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체급이 많이 큽니다. 무슨 소린가 싶으시면 일단 첫 곡을 먹어보세요.
- Ester - Dizzolve: 좋아하는 형식의 곡인데, 아티스트가 이런 곡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약간 Rugie 느낌이 납니다.
- ARForest - The Unfinished가 리마스터되었습니다! 원 앨범은 중고로 70만원씩 하던데, 조금 정상화가 되려나요?
외에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찾은 것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뿌립시다:
- 아무튼 피아노를 정박으로 쳤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곡이 잔잔한데 신나서 좋습니다.
- 이건 이견 없이 그냥 정박입니다. 박자가 이상한 것은 넘어갑시다.
- 아케아 다시 해야 되나?
- 아무튼 곡이 전개되는 것이 들리긴 합니다. 이런 곡은 대체 어떻게 설계하는 건가요?
- 길고 째즤합니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 창의적입니다.
- 원래부터 많이 듣던 곡(의 집합)인데, 블로그에 올린 적은 없는 것 같네요?
- 웰논입니다.
- 저도 저점과 고점이 둘 다 높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애미야 카레가 짜다
- 피아노를 매우 잘 치시는 분이 계십니다. Context 곡들이 피아노로 쳐지는 곡인지 우리는 몰랐습니다.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
아 그리고요…
AD:PIANO X
큰거온다
그러합니다.
중간고사 끝나면 슬슬 다시 프로포지션 열심히 써볼게요…
여기에 올렸던 스레드에서 하던 게 스레드의 목적과 다르다고 해서, 요즘은 리부트 서버의 스레드에서 야부리를 털고 있습니다. 링크가 어딘가에 공개되어 있는 걸로 압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