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position 31-34
어젯밤에 코포를 치느라 하루 늦었습니다. 그 덕?에 레이팅을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Proposition 31. 슬기로운 경곽생활과 열심히 살기
2024년 회고의 내용과 같이, 저는 경기과학고에 매우 감사합니다. 물론 고입과 경곽에서의 생활이 (특히 1학년 때가) 힘들었기에 초/중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영대비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얻은 것도 정말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경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내신과 내신이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잘 하면 무난하게 대학을 잘 갈 수 있고, 후자를 잘 하면 경곽에서 주는 수많은 혜택을 잘 뽑아먹을 수 있습니다. 능력이 있으면 둘 모두를 잘 하는 똑붙 승자의 삶을 살 수도 있고, 둘 다 시원찮으면… 뭐 마음이 아프겠고요. 저는 아쉽게도 전후자를 모두 잘할 수 있는 똑붙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후자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고,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뽑아먹으며 3년 간 해삐하게 살았습니다. 다양한 것을 얻기도 했는데, 외부적인 건 대충 이런 데서 확인하실 수 있고 그 외는 여기에 두서없이 적어놓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 후자를 존존나 열심히 한 학생들은 카이스트 특기자전형을 쓸 수 있습니다. Prop. 26의 첫 글감에 쓴 것처럼, 확대하기 매우 어려운 전형이긴 하지만 아무튼 좋은 전형이라 생각합니다.
- 하지만 저는 그런 거 모르겠고 수학 문제 남들보다 하나 더 맞아서 대학에 왔죠? 수혜자의 입장이지만 참 뭔가뭔가입니다.
‘전자를 좀 더 열심히 하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조금씩 항상 가지고 있긴 합니다. 다만 그 노력을 통해 - ‘내신을 잘 받은 친구들’이 많이 가는 - 서울대 컴공, 전전이라던가 ^의대^같은 곳에 갔다고 그렇게 행복했을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대충 만족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자에 시간을 더 쏟는 것도 모자란데 덜 쏟는 건 정말 아쉬운 짓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거기에 박을 의향이 있는 시간에 따라 많이 다르긴 한데, 아무튼 저는 제가 추구한 바와 이를 통해 실행한 것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졸업할 때쯤에 동기/후배들로부터 ‘아는 경곽인들 중 가장 알차게 경곽 생활을 하다 간 사람’이라는 소리를 몇 번 들었습니다. 제 생활이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하는 근거 중 하나입니다. 덕분에 그래도 나름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졸업했습니다. 저랑 추구하는 바가 대충 비슷한 친구들이려나요. (지금 생각해보니 대부분이 후자를 더 열심히 했(하고 있)거나 둘 다 잘 한(하는) 똑붙승자네요.)
- 그렇기에 그런 얘기를 해줬던 친구들에게는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런 말을 해주셨을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말들이 제 가치관을 조금씩 잡아가고 있답니다.
Proposition 32. 블로그의 목적과 Proposition의 방향성
최근에 사람을 만날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제 블로그를 주기적으로, 혹은 최근에 어떤 글들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적당히 자주 읽는 분이 꽤나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뭘 쓰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지금 글을 생성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은데요,
- 아무 생각을 합니다.
- 얘기할 게 있을만한 생각을 옵시디언에 써 둡니다.
- 옵시디언에 써 둔 것들을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려고 시도합니다.
- 일정 길이가 나올 것 같은 경우 씁니다.
-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지웁니다.
- 올립니다.
위 과정에는 글을 읽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없습니다. 여기처럼 제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글을 읽는 사람을 배제하지만, Proposition은 비교적 남들이 읽음을 의도하고 작성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Proposition의 정체성에 혼란이 옵니다. ‘이 내용이 내가 Proposition을 통해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주제가 맞는가?’ 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와 별개로, Proposition을 쓰다 보니 평소에 하는 생각들이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30개 정도의 Proposition을 뱉고 나니 생각보다 새로운 주제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 반대로, 쓰고 싶은 이야기 중, 논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해서 시작하기 어려운 주제들도 있습니다. 넓고 얕은 지식을 가지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또 그와 별개로, Proposition의 형식상 글이 그렇게 넓지 않습니다. (이를 길지 않은 글과 주제 다양성으로 커버치고 있는데 - 그리고 실제로 지금 주제의 다양성은 충분한 것 같고요 - 아무튼 깊은 글은 쓰고자 하면 쓰면 되지만 한 주제의 넓은 글은 쓰기 어렵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생각을 싸지르기는 좋지만 일상을 싸지르기는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요즘 Proposition에 뭘 써야 될지, Proposition의 형식을 지금과 같이 유지해야 할지 약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혹은, 지금의 Proposition이 충분히 제 마음에 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Proposition의 형식에 벗어나는 Proposition도 시도할 생각입니다. 사실 ‘미성숙한 글감’ 섹션이 이를 보조했는데, 당장 지난 글부터도 해당 섹션의 길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시 Proposition 32와 관련해 조언해주실 것이 있다면, 이 글의 댓글 등으로 알려주시면 매우감사하겠습니다사랑해요.
Proposition 33. 미학
아름답고 예쁜 것은 좋습니다. 네.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예쁜 것이 존재합니다. 그 주제도 매우 다양한데, 다음은 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예시입니다.
- Sakuzyo의 곡 近代組曲 2.アンプロンプチュ
- 즉흥곡의 성격을 가졌지만 사실은 치밀하게 설계된 곡입니다.
- 분명 피아노 곡인데 뉴로펑크 같은 거 듣는 느낌이 납니다. 그러니까 피아노가 타악기 역할을 합니다.
- 나는코더다 2024 송년대회 #I. 수열과 수열의 풀이
- 제가 낸 문제지만 참 마음에 듭니다. 아이디어가 꽤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 물론 루비 5는 진짜 아닌 것 같긴 합니다.
- Whatever this is
- 잘 짜인 도로망은 예쁩니다.
- ‘깔끔하다’는 느낌과 별개로, 감미롭습니다.
- 저 이상한 사람 맞습니다. 어쩌라고요.
- 일반적인 매칭 문제를 해결하는 블라썸 알고리즘의 작동 방법과 그 증명
- 언젠가 블로그에 정리하겠노라 선언해놓고 안 올리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 근데 진짜로 예쁩니다. 어쩌라고요 22.
- Silentroom 2집 앨범 In My Heart의 앨범 커버
- 그냥 예쁩니다. 앨범에 들어간 몽환적이거나 카오스한 곡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 앨범 커버 못지않게 CD도 예쁩니다.
- 옵시디언 (프로그램)
- 메모장 주제에 예쁘게 생겼습니다.
흥미롭게도,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매우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을 느껴야 할 것 같지만 심적으로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아름다운지에 대한 이유를 딱히 말로 정리할 수 없고, 다 비슷하게 ‘않이 그냥 예쁨!!1’이라고 느낍니다.
원래 과학적 방법을 취할 수 없는 학문에 대한 관심이 없는데(과학적이지 않음이 무관심의 이유는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미학은 좀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임의의 디스코드 서버에서 주제추천을 받기 전까지는 딱히 미학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미학이 뭔지 (어떤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다루는지) 좀 궁금합니다.
Proposition 34. 대심도 광역철도
서울역에서 GTX를 타거나 내리다 보면, 엘리베이터에 집착하는 수상한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GTX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간다거나,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거나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운정중앙역의 8개, 킨텍스역이나 대곡의 6개와 달리 서울역 GTX-A 승강장으로 가는 고속 엘리베이터는 단 2개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수만 있다면 무려 3분을 아낄 수 있다 보니(배차간격이 6~10분임을 고려하면, 사실 3분보다 훨씬 큰 시간을 아낍니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집착하는 것은 매우 당연해 보입니다.
이렇듯 환승저항은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 꽤나 유의미한 시간을 차지합니다. 이는 생각보다 중대한 이슈입니다. 승강장을 점점 더 깊게 짓다 보면, 언젠가는 아무리 교통수단이 빨라도 너무 깊어서 의미가 없을 때가 올 것입니다. 실제로 수색광명고속철도 용산역은 지하 100m에 지어질 예정인데, 이는 서울역의 두 배입니다.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려면 진짜로 환승에만 10분 넘게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해소하려면 기존 노선을 부수거나 일정 거리만큼 기존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것도 딱히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라는 생각을 GTX를 타다가 했답니다. 빨리 차를 사야 하려나요.
- 경곽은 매년 봄에 설곽과 함께 체육대회를 엽니다. 당연히도 이쪽에서는 경설전, 저쪽에서는 설경전이라고 부릅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비가 와서 거의 경기를 하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올해가 4회째인데, 올해 처음으로 설곽이 이겼습니다.
-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저는 나코더에서 열었다는 부스를 보기 위해서 및 한별이 코스프레를 한 모 학생을 보기 위해서 다녀왔습니다. 나코더 부스에서는 랜디와 문제 난이도 맞추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놀랐습니다. 한별이 코스프레도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았습니다.
- 끝나고 나서 재학생 및 몇 명의 늙은이들과 함께 놀았습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야부리 털다 왔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보면 좋겠습니다.
- NSP를 드디어 올렸습니다. 생각보다 PS를 그렇게 많이 안 했네요. 앞으로 셋을 돌면서 재밌는 문제가 있으면 역시 적어야겠습니다.
- 지난주의 중고 앨범에 이어 디다 앨범들도 도착했습니다. Forest Funk는 풀로 감상했고, 나머지 CD들도 일단 리핑해서 폰으로 옮겨 두었습니다.
- 코포 레이팅이 2290으로 올라가며, 처음으로 상위 1000명 안에 들었습니다. (이와 국내 상위 50명의 커트가 거의 동일합니다.) 목표는 적어도 레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야겠습니다.
- COEIC이 이번 주에 마감됩니다. 본격적으로 상위권 슥보가 채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900점이면 상위 50명에는 안전하게 들 수 있을 것 같긴 하다만, 한 번 기회가 더 남았기에 빠른 시일 내에 볼 생각입니다.
- 아태물올 1등이 우리나라에서 나왔다는 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 IMO 2025 한국 국가대표 명단에 숙명여중 2학년 학생이 올라와 있습니다. 여러모로 존경스럽습니다. 작년 IOI 국대였던 두 명이 최종 14인에 이름을 올렸기에 혹시 이 친구들이 국대를 가져갈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이 점은 아쉽습니다.
- 남들 블로그를 읽는 것이 재밌습니다. 네.
블로그에 쓰고 싶은 내용은 많아지고, 정작 쓴 내용은 줄어드는 주입니다. 이걸 다 쓰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아껴놓다 보면 언젠가 쓸 날이 오겠지요.
참고로, 블로그에 쓰는 내용은 ‘그 글을 쓰고 싶은가’에 대한 우선순위 큐 자료구조를 기반으로 순서 없이 작성합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오늘도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