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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과가 1년동안 화학과에서 굴러본 후기

22년 12월, 심화R&E 계획서 작성

기초R&E가 끝났습니다. 나름 성공적으로 했다고 생각하고 만족했습니다. 휴텍 떨어진 건 아쉬웠지만 나중에 학회에서 상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심알도 무조건 정보를 하겠다는 마인드였고, 다른 아이들의 흐름(?)에 맞춰 3명을 모아 비슷한 내용의 계획서를 썼습니다. 저는 시험 전에 냈고, 나머지 둘에게 제 계획서를 보여줬습니다.

내용은 DLAS 휴리스틱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정보과답게 하고 싶은 연구는 따로 있었지만, 일단 정보과에 가야 했기 때문에 알고리즘 얘기는 쓰지 않았습니다.

23년 3월, 화학 ㅎㅇ

그리고 화학과에 갔습니다.

학교 사이트로 공개했고, 공개 당시 사이트는 당연히도 터져서 들어갈 수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한두명씩 자신의 과목을 확인했고, 저도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확인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하여 저는 화학과에 갔습니다. 일반화학도 들을 생각이 없는데, 첫날부터 지도교사 선생님이 “그래서 너는 무슨 연구를 하고 싶니” 하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화학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작년 화학에서 재미로 발표했던 전산화학 논문 하나를 끌고 와서 이런거 하면 재미는 있지 않을까요 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때 그 주제가 심알 주제가 되었습니다. 알엔이 메이트였던 시현이도 딱히 대단한 주제는 없었어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6월, 이게 맞나

아무튼 주제를 잡긴 했는데 이게 연구가 될까 하는 생각은 여전히 들었습니다. 정확히 뭘 실험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결과가 나오긴 할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그래서 6월(?)에 있었던 연구 중간발표 때도 대차게 까였습니다. (한 게 없어 깐 게 없었달까요)

그러다 연구의 매우 중요한 갈피가 잡히게 되는데, 아닐린이라는 쩌는 물질을 하나 찾았습니다. 얼리기 괜찮고 비싸지 않으며 생김새를 통해 구조를 비교할 수 있다는 매우 좋은 성질들을 다 가지고 있었지요.

그렇게 연구의 방향성을 잡아놓고 방학을 하게 됩니다.

9월, 로동

뭘 연구할지 알았으면 그 다음이 뭘까요? 바로 존123나게 많은 실험입니다!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두세 달은 실험노동만 하면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중간중간에 (이제야 연구를 시작했으니) 이런저런 조언도 받았고, 아무튼 나름 순조롭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10월 말 즈음에서는 대부분의 실험이 완료되어서, 대략 요약한 것을 휴텍에도 내봤습니다.

11월, 해방

실험을 열심히 했고, 데이터를 열심히 얻었고, 그 데이터를 엑셀질하면서 열심히 분석했고, 휴텍 초록이 붙어서 논문을 쓰고, R&E 최종발표를 했습니다.

어쨌든 끝났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제 화학 연구 안 해도 되니까 일단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시험 끝나고는 정보 졸논 쓸 것을 준비했습니다. 확실히 재밌기는 이쪽이 더 재밌었습니다.

24년 1월, 휴텍

근데 휴텍 논문이 붙어서 발표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저자를 한 것이 조금매우 후회되었지만 아무튼 자료를 준비해서 발표에 갔습니다. 발표 얘기는 다른 글에 따로 했으니 그거 보세요.

그리고 정말 웃기게도 은상을 받았습니다. ㅋ…

이후, 졸논

졸논을 이걸로 쓸지 정보로 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보를 쓰고 싶지만 휴텍의 심사 면제가 커서 굳이 정보를 써서 졸논을 받아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

무엇을 얻었나?

  • 경험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그걸 오랫동안 좋아할 수 있는지는 모르는 법이고, 반대로 아예 관심없는 분야라도 해보면 그게 최애 분야가 될 수도 있죠. 제가 PS를 하게 된 것도 경곽에 와서 강제로 경험해보았기 때문인지라, 저는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1년간 화학을 해서 얻은 게 뭘까요? 우선 휴텍 상금이 있고 저는 실험화학이 내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을 얻은 것 같습니다. 안해봤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이게 차라리 낫죠.

무엇을 잃었나?

  • 그렇지만 그만큼 1년어치의 정보과 연구 기회를 잃은 것도 사실이죠. 지금 학회같은 데에 들고 가볼만한 주제가 두 가지 있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여기에 쏟았더라면 휴텍 상은 못 받았을지 몰라도 아마 화학 연구보다는 더 만족도 높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화학 연구는 정보보다는 활용을 엮기 쉬울 지 몰라도, 완벽히 엄밀하게 설명/증명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정보는 결정론적 알고리즘 하나를 증명하면 활용 방안은 적을 지 몰라도 충분히 엄밀하죠. 정보가 그 부분 때문에 좋은 것 같습니다.

결론?

  • 일단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정보 연구를 10년은 더 할 텐데, 그때 많이 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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